아침에 창문을 열었는데
공기가 조금 다르다.
계절이 바뀌고 있구나 싶었다.
가을은 늘 냄새로 먼저 알게 되는 것 같다.
아무도 오지 않는 빈 운동장 같은 냄새
책 사이에 끼워두었던 오래전 편지에서 나는 냄새
그리고 왠지 뜨거울것같은 음식 냄새같은.
어릴적 어느 날이 떠오르기도 하고
오래전에 걸었던 길목이 스치기도 한다.
특별한 기억은 아닌데
그때의 공기만은 또렷한 순간들이 있다.
아마 계절에도 기억이 묻어있는 모양이다.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같은 냄새 위에 조금씩 다른 시간이
쌓여가는 것처럼.
오늘은 창문을 조금 오래 열어두었다.
금방 지나가버릴 이 계절의 냄새를
조금 더 맡아두고 싶어서.
— 가을 앞에서